정읍에서의 하루
산후 조리원에서 한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남이었기에
손도 잡을 수 없었고 또 그때는 눈도 맞출 수 없었다.
아침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부모님은 이미 일어나 계셨다.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주하를 보신다.
연신 많이 컷다고 하시며 주하를 보신다.
주하를 안으시려고 누워있는 주하 등아래로 손을 넣으신다.
그 순간 \"아버지. 아직 목을 못 가누니 조심하세요 \" 하며 내가 말한다.
나를 비롯해서 누나와 동생까지 자식 셋을 키우신 아버지에게
이제 아이 하나 낳아서 기저귀 갈고있는 신참 아빠가 한참 고참인 아버지에게
아이를 안을 때 조심하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역시 아버지 손은 크다.
주하가 안전하게 손안에 들어간다.
아직 할아버지가 어색한지 방긋 방긋 웃지는 않는다.
물론 쭈맘이나 나를 보고도 방긋 웃지는 않지만…
주하가 방긋방긋 웃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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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일어나 교회 갈 준비를 했다.
4가정이 준비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중간 중간 할머니께서는 아침을 먹으라고 성화셨고
점심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갈꺼라고 그때마다 우리는 대답했다.
예배시간에 30분이나 늦었다.
예배당 뒤쪽의 유아방으로 들어갔다.
설교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시원하게 예배를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버지께서 교인들에게 부탁해서 예배당 뒤쪽에
우리들 자리를 특별히 만들어 두셨었다고 하신다.
그런데 우리가 늦게 갔으니… 아버지의 수고로움이 허사가 되어버렸다.
예배를 마치고 버섯샤브샤브를 먹으러 정읍시내로 갔다.
오랜만에 가는길이라서 다른 가게 주차장을 지나서 골목 골목으로 찾아야 했다.
생각만큼 푸짐하게 나왔다.
버섯도 맛있었고 고기도 좋았다.
양도 많아서 먹으면서 내내 서울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 이정도면..하면서
지방에 내려와 살면 잘 먹고 잘 살겠다고들 한다. ….. 물론 다달이 수입만있다면.
샤브샤브를 먹고 내장산으로 갔다.
내장산은 입장권을 사야해서 들어가지않았고
드라이브만 했다.
대신 뒤로 고개를 올라가서 전라북도 산림박물관을 갔다.
모두 엄마 아빠 들이라서 그런지 만족해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예닮이 엄마는 좀더 크면 다시 와야겠다며 예닮이가 아직 어린것을
아쉬워 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이것저것 만져보고 두들겨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산외마을에 가서 푸짐하게 소고기를 먹었다.
1근. 600그람에 만원 대의 소고기. 질도 좋고 맛도 좋다.
서울에서는 1인분 ( 160그람)에 3-4만원씩 하는데…
암튼 어른 10명이서 10여만원으로 소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역시 사람은 잘 먹고 잘 자고 그러는게 행복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차돌박이가 아른거린다.
월요일 아침에 채린이 아빠가 약속이 있어서 채린이네는 먼저 올라갔다.
야간운전이라서 힘들텐데 무사하게 잘 올라갔다.
미안한건 기름을 채워주지 못함이다.
내려올때도 길안내를 잘 못해서 돌아왔는데
올라갈때도 먼저 올라가서 기름도 채워주지 못했다.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데 잘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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